詩의香氣

올가미

湖月, 2017. 8. 21. 12:53



올가미 /안행덕

 

 


올가미를 보면 당기고 싶다지.


중국에 계림을 흐르는 강 리강

작은 뗏목배에 가마우지 가느다란  슬픈 모가지

땟국 절은 질긴 끈에 묶여 있다

벗어날 수 없는 사슬이다


어부에게 떠밀려 진종일 물속을 들락거리다

퉁퉁 불은 발과 부리로 잡은 물고기

올가미에 묶인 가느다란 목에 걸려버리고

어부의 재빠른 솜씨로 낚아채는 서슬에

먹지도 못하는 고기잡이 얼마나 진저리를 쳤을까

진종일 날지도 못하는 축 처진 날개

파닥이며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멍에 같은 찌든 가난 짊어지고 비틀거릴 때

벌떼 같은 자식들에 떠밀려

수없이 세파(世波)에 잠수했을 부르튼 어미 손

가마우지를 닮은 걸 나 여적 몰랐었네.


오늘도 철없이 올가미를 보면 당기고 싶어 하다니

 

2010년 자유 문예 초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