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우산

湖月, 2012. 5. 1. 17:00

 

우 산 / 안행덕        



가버린 첫사랑 등 뒤에

퍼붓고 싶은 얄궂은 심통처럼

정수리 두드리며 무수히 쏟아지는 비

 

비 오는 사이길 골목 사이로 

당신의 우산이 되어 사뿐히 나서는데

빗속을 걸으며

내 손을 꼭 잡고 가시던 당신


허름한 제 몸 적셔 파르르 떨며

싸늘한 설움 차마 내색도 못하고

녹아나는 정 다 퍼주어도

비 갠 오후

쓸쓸히 버려질 줄이야 


오로지 젖지 않게 하려는 마음

시린 몸 젖는 줄도 모르고

버리러 가는 줄도 모르고

오직 그대의 따뜻한 손만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