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울음이 타는 가을 강

湖月, 2016. 5. 14. 20:22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겄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겄네.

 

 

 

 

 

 

박재삼

1933410, 일본 동경 ~ 199768, 서울

시인

삼천포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수학

1953문예에 시조 강가에서를 추천받은 후 1955현대문학

섭리·정적등이 추천되어 등단

현대문학상. 한국시인협회. 노산문학상. 인촌상. 한국문학작가상

1955년부터 현대문학등에 근무하다 1968년 고혈압으로 쓰러져 반신마비가 된 이후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았으며 위장병과 당뇨병 등 병치레를 하기도 했다.

시작과 함께 약 25년간 요석자라는 필명으로 바둑 관전평을 집필해 생계를 해결했으며 바둑계에선 '박국수'(朴國手)로 불렸다.

시집 15권과 수필집 차 한잔의 팡세를 냈다

춘향이 마음”(1962)

햇빛 속에서”(1970)

울음이 타는 가을 강”(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