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잔의 자유(詩集)

은빛 바다와 노파

湖月, 2018. 10. 13. 20:47



은빛 바다와 노파



비릿한 냄새가 옮겨붙은 자갈치 골목

노파의 등처럼 구부러진

은빛 바다가

벌거벗은 채 좌판에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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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바다를 구경 온 사람들

골목마다 항구처럼 돛을 내리고

온종일

바다를 몰고 온 바람과 실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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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력을 잃어버려 파닥거림 없는

등 굽은 바다

꼼짝 못 하고 할머니 손끝에서

그물에 갇히듯 장바구니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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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치의 자릿세를 셈하는 등 굽은 노파

떨리는 굽은 손가락 사이로 금쪽같은

파란 지전이

지느러미처럼 파닥이며 빠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