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이녁

湖月, 2014. 8. 25. 14:15

 

 

이녁

/복효근

 

 

그믐 가까운 밤하늘

별들이 좋아

별 보러 가자 했더니 따라 나선 사람

 

등 뒤로 유성 하나 길게 흘러

“앗 별똥별이다” 하니

“에이, 난 못 봤는데……, 근데 당신이 보았으니 됐어” 한다

 

내가 먹은 것으로

이녁 배가 부르고

내가 본 꽃으로

제 가슴에 천국을 그리는 사람

 

나를 스친 풀잎으로

제 살갗에 피멍울이 맺혀

내가 앓기도 전에

먼저 우는 사람아

 

별똥별 떨어진 자리

또 한세상 같이 건너야 할

무지개다리 하나 걸려 있겠다

 

          -복효근 시집 『따뜻한 외면』(실천문학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