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가 ㅡ 박목월
이별가
朴 木 月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믐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이승 아니믐 저승에서라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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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락카노'라는 경상도 사투리를 여러번 반복하면서 먼데있는 사람의 말뜻을 알아들으려고 애쓰는 시인의 마음을 매우 적절하게 나타내고 있다.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처럼 덧없이 사라지는 것. '이승 아니믐 저승으로 떠나는' 사람과 '하직을 말자'고 다짐하고 싶지만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잘 들리지 않고 그의 희 옷자락만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너의 목소리도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분명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그리고 목숨은 '썩어서 동아밧줄'처럼 삭아 내리는데, 그러나 '오냐, 오냐, 오냐 / 이승 아니믐 저승에서라도.....' 하면서 언제 어디에선가 다시 해후할 것을 안타깝게 다짐하고 있다.
죽어가는 사람의 손목을 잡고 간절히 뭔가 한 마디의 말을 듣고 싶어하는 남은 사람의 안타깝고 다급한 심정을 그려 놓은 것같이 연상되기도 하고, 혹은 아주 멀리 떠나는 사람과 손을 흔들면서 다시 만날 것을 다짐하는 장면을 연상하게도 하는 이 시는 '뭐락카노, 뭐락카노,'를 네 번이나 반복하고 '오냐, 오냐, 오냐'를 두 번 반복,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를 세 번 반복하면서 헤어지는 사람끼리 안타까움을 매우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이별도 만남도 우리의 뜻대로 되지 않는 '갈밭을 가는 바람'인줄 알면서도 헤어지는 것은 슬프고 안타깝다. 그런 것을 이 시인은 경상도 사투리가 빚어내는 강한 분위기를 시행에 끌어들여서 매우 간절하고 안타깝게 묘사해 놓았다.(강계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