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저승 꽃

湖月, 2008. 4. 15. 17:13

 

저승 꽃 / 안행덕

 

 

무심히 거울 속을 들여다보다 

태양의 흑점을 찾듯 내 얼굴을 더듬었어요.

푸른 핏줄 몇몇이 모여앉아 꼬물거리는 것이 보인다 

그리움에 떠는 외로운 것들이라 측은하기만 했는데

날이 갈수록 거드름을 피우며 방자하게 시시덕거려요

작은 우주가 저물면 무한의 시간 속으로

나를 인질로 삼겠다고 작당들을 한단 말이지

기다림도 망설임도 없이

슬며시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세포를 꼬드긴 것이겠지

그런 줄도 모르고 눈치도 철딱서니도 없이

언제나 청춘인 줄 알고 건방을 떤 거야

참, 난 헛살았구나

그동안 남몰래 소리 없이 나의 울음을 받아 적어

꽃무늬 상소를 쓸 줄이야 생각이나 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