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초례청
湖月,
2012. 12. 8. 10:39
초례청 [醮禮廳] / 안행덕
원삼 족두리
홍의 대례복을 보는 내 눈이 시리다
내 살점 떼어내어 이슬처럼 고이다가
아직 여물지도 않은 것을
바람 앞에 내 놓았다
무언가 먹어야 한다고
오물거리던 조그만 입
낯선 세상이 부끄러운 듯 꼭 감은 두 눈
너무 작아 밥풀 같은 발가락
정말 숨을 쉴 수 있을까 걱정했던 작은 콧구멍
네가 태어나던 날 너무 신기해
보고 또 보고
살며시 작은 손을 잡아본 내 손
따뜻함이 전류처럼 흘렀었지
어느덧 자라
어미 품을 매미 허물처럼 벗어놓고
제 짝을 맞이하는 어엿한 새 각시가 되었구나.
연지곤지 바르고
족두리가 파르르 떠는 너를 보는데
한쪽 가슴은 기쁨과 환희가 넘치는데
한쪽 가슴은 왜 이리 허전하고 시린지
너도 네 새끼 낳아 키워봐라
그때 에미 속을 알리라고 하시던
그리운 목소리가 귓전에서 이명처럼 맴돈다
새가 된 나뭇잎 / 안행덕
나무와 나무 사이를
가볍게 나는 새를 부러워하다
새가 된 나뭇잎
저무는 노을빛 따라
붉어진 가슴으로 운다
나무와의 別離(별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물빛 그리움 찾아
간절한 잎새의 울음은
꿈꾸는 날갯짓으로 야위어간다
날아보라 부추기는 바람 따라
가을 털고 새처럼 날아
젖은 땅으로 떨어진 나뭇잎
잠 못 들고 뒤척인다
슬픔으로 눅눅해진 날개
돌아누워도 굴러 봐도
새가 될 수 없다는 서러움
그래도 다시 퍼덕여보는
저 가여운 날갯짓
계간 문학광장 2012년 겨울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