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촌수없는 이 남자

湖月, 2005. 5. 4. 13:29

 

안행덕

 

여보 밥  여보 물
눈뜨면 시작하는 이 남자
피도 살도 섞이지 않은 촌수도 없는 이 남자
내게 는 언제나 가시 같은 이 남자

세월은 흘러 어느덧 흰 서리

여보 밥  여보 물
눈뜨면 시작하는 이 남자
피도 살도 섞이지 않은 촌수도 없는 이 남자
내게 는 언제나 가시 같은 이 남자

 

내 영혼을 송두리째 헤집고
몸통을 구석구석 가시로 찌르는데
그래도 급하면 불러보는 이 남자
하늘같이 받들라 이르시든 친정어머니
내 피와 살이 거름되는 뜰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도 먼 남자
티격태격  된다 안 된다 맞다 틀린다
이 무슨 전생의 원수를 이승에서 만난 나
섬광처럼 부딪치는 파편들                            

 

부드럽고 달콤한 입맞춤 한번에
가시는 아름다운 장미가 되고
향기 그윽한 화원                


세월은 흘러 어느덧 흰서리 덮이는데

작은 봉당에서는 된장찌개 향기로롭고
뒤곁에서 여보 소리가 담을 넘는다                                     

                      

작은 봉당에서는 된장찌개 향기로롭고
뒤꼍에서 여보 소리가 담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