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촌수 없는 남자 (모던포엠)

湖月, 2013. 8. 31. 19:57

 

 

촌수 없는 남자 / 안행덕


 

여보 밥 여보 물

눈 뜨면 시작하는 이 남자

피도 살도 섞이지 않은 촌수도 없는 그에게

영혼을 송두리째 저당 잡힌 줄도 모르고

장미는 향기만 있는 줄 알았지

하늘같이 받들라 이르시며

눈물 글썽이시던 친정어머니

어쩌자고 이제야

향기 속에 숨은 가시가 보이는지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

티격태격 된다 안 된다 맞다 틀리다

칼로 물 베기라 했나요

맞아요, 물를 닮았나 봐요

벤 자리 또 베어도

금방 아무는 상처는 물 같아요

 

흰 서리 덮이는 세월이 야속해도

작은 봉당에서는 된장찌개 향기롭고

뒤꼍에서 여보 소리가 담을 넘는다

 

 

 

술국 / 안행덕


밤늦은 줄도 모르고
술기운에 호기 탕탕하던 옆 지기
새벽닭 울기도 전에
친구 팔기 바쁘다
아- 그 친구 사정 들어주다
나 죽겠네
북어 있지
은근슬쩍 압력이다
밤새도록 부아통을 끊이던 내자
방망이로 북어를 탕탕 친다.
속을 다 비웠는데도
늑골이 아프다고
바짝 마른 북어의 아가미가 달싹거린다

 

 

문예지 월간 모던포엠 2013년 9월호 발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