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추억을 먹는 아궁이
湖月,
2005. 12. 23. 21:54
추억을 먹는
아궁이
湖月안행덕
옹색한 정지의 터줏 격인 가마솥 밥솥
아궁이에는 기세 좋게 타오르는 불길이
주름진 얼굴을 붉은 노을빛으로 만드는데
솔가지를 툭툭 꺾어
불을 더 지피는 중늙은이
토닥토닥 솔까지 타는 소리에
아랫마을 개울건너 친정이 그립다
덜그덩 척 덜그덩 척 베틀소리
어머니 허리 꺾이는 소리 이명처럼 들린다
부질없고 부질없다.
넘치는 밥물이 세월의 흔적을 적신다
마디 굵은 손은 여전히
아궁이에 추억을 밀어 넣고있다
세월을 붙잡으려 하기보다는
세월과 함께 흐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