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빛 그리움
케일라
일본에 있는 딸아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엄마 부탁하나 들어주세요.”
“뭔데”
“ 미국 앤데 엄마가 한 열흘 정도 밥 좀 먹여주면 안 될까.?“
" 뭔 소리여"
“간난 아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아이인데 케이트네 학교에
케이트 제자거든 그렇게 한국에 가고 싶어 한다네, 그래서 사정하던데
고등학생이라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미성년이라 숙박업소에 혼자 보내기도 그렇고
그래 아는 집에서 홈스테이 좀 하자는 거지.“
“그래~ 그럼 아빠랑 의논해보고 메일 쓸게”
일단 전화를 끊고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쾌히 승낙을 했다
어린것이 얼마나 마음에 깊은 상처가 있을까? 하면서 잘 돌봐 주자고 한다.
몇 차례 연락 끝에 드디어 케일라가 왔다
지구의 반대편에 살고 있는 케일라가 오늘 우리 집에 왔다
키는 160cm 몸무게 48kg 긴 생머리에 18세의 동양 여자애다
얼굴은 틀림없는 한국인인데 우리말은 한마디도 못한단다.
나 역시 영어는 까망 눈이니 겨우 하이, 웰컴 케일라, 프리시다운으로
할 말이 없다. 그냥 환한 미소로 반겼다.
나름대로 불고기며 과일 샐러드 이것저것 푸짐하게 상을 차렸는데
너무 피곤해서인지 입에 맞지 않는지 별로 먹지 않는다.
오늘은 일찍 재우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딸아이가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며 한국적이고
가 볼만한 곳과 음식을 소개하고 열심히 안내해주었다
딸아이가 한복을 사주고 싶다 해서
한복 집에 데리고 갔다. 화려한 한복 전통 무늬에 감탄하는 작은 입이
너무 귀여웠다 예쁜 색동저고리와 빨강치마와 노리개며 전통 함과 수틀을 사주고 돌솥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제 스케줄이 바쁘다며 우리 딸애는
일본으로 가버리고 케일라는 사오일 더 머무르겠단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말이 안 통해도 하나도 불편하지 않고
간단한 단어 몇 마디와 눈짓으로 다 통하고 전달이 되니
같은 피부색으로 같은 민족이라는 게 분명 한가보다
볼수록 예쁘고 귀여운 이 아이를 왜 버렸을까?
물론 그 사연이야 구구절절 하겠지만
대책 없이 출산하는 부모도 무심하고
무조건 국외로 입양 보내는 정부 시책에도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아무튼 우리는 케일라가 우리 집에 있는 동안 불편하지 않고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 되도록 도와줘야 했다.
부산 시내를 다 볼 수 있는 용두산 타워를 가기로 했다.
전철을 타고 가는데 나이가 든 분이 올라오니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는
케일라는 틀림없는 한국인이다.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장유유서(長幼有序)를 알지 않는가?
하는 짓이 예쁘다고 남편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용두산 정상은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옛날처럼 힘들지 않고 쉽게 올라갈 수 있어 좋았고
비둘기의 환영으로 케일라의 긴장을 풀어주어 더 좋았다
전망대를 오르기 전에 상가에 들려
기념품을 구경하고 케일라가 갖고 싶어 하는
장구모양 열쇠 고리와 타워기념패를 사주고 전망대에 올랐다.
부산시내와 바다 항구가 한눈에 보였다.
짧은 영어실력으로 열심히 설명을 했는데 알아듣기는 했는지 모르지만 표정은 밝았다.
남포동 피파 광장과 국제시장을 들려 몇 가지 선물을 더 사주고
햄버거 가게에 들려 오랜만에 빵으로 식사를 했다
그런데 케일라는 햄버거를 싫다고 한다.
다음날 어디 가고 싶은데 있느냐고 물었더니
해운대 아쿠아룸에 가고보고 싶단다.
수영 천을 따라 광한대교를 보면서 해운대에 도착해 우선 정상들이 모였던 누리마루 APEC하우스 에 들어서니
케일라는 십장생 자개 벽화부터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영어를 잘하는 분에게 부탁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아쿠아룸에 갔다. 입구부터 신기한 바닷물고기들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다카를 눌러대는 작은 손이 분주했다.
관람을 마치고 백사장을 나왔는데 아이스크림 비운 통에 모래를
담아 들고 온다.
why? 하고 물었더니 미국 갈 때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뭔지 모를 설움 같은게 짠하게 파도처럼 밀려왔다.
얼마나 그리웠으면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
나도 모르게 가녀린 두 손을 꼭 잡아주고 싶었다.
베스코 행사장에 들려 기념이 될 만한 선물을 하나 사주고 싶어
이것저것 구경하고 뭐든 하나 골라 보라고 권했다
점퍼도 핸드백도 액세사리도 구경만 하고 필요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 예쁜 티셔츠 하나 골라 계산을 하고 나니
한참 무언가 유심히 찾던 케일라가 볼품없는 티셔츠를 하나 들고 와
그걸로 하겠단다.
나는 또다시 한번 코끝이 찡해졌다
자기한테는 맞지도 않는 티셔츠다.
그런데 그 티셔츠에는 독도는 우리 땅 대한민국이라는
글자와 태극 문양이 뚜렷이 새겨 있었다.
귀엽고 예쁜 케일라 를 보고 있으니 이외수님 시가 생각난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이외수 시인님의 詩(하늘빛 그리움)에 있는 말이다
오늘처럼 이 싯귀가 가슴에 와 닿는 날도 없었다.
20060418
湖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