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해빙

湖月, 2008. 3. 21. 18:56

 

 

 

해빙(解氷) /안행덕

 

겨우내 단단한 굴곡으로

편협하던 빙벽이

슬슬 조였던 끈이 느슨해진다

엄동에 맞서려고 부풀리던 왜곡

순하디 순한 남녘 바람에

얼었던 마음 풀고 설한풍에 닫혔던 말문

체념처럼 졸졸 흘러내린다.


거울 속에 겨울 산맥 같은 주름진 얼굴

반평생 삶에 지친 빙벽이다

행여나 공든탑이 무너질까 노심초사한 세월

나만의 울타리를 조였던 침묵을 알기나 할까

봄볕에 한 음절씩 풀어낸 익숙한 기다림

빙벽 같이 얼었던 허전한 계곡을

환한 햇살 같은 웃음으로 녹여주는 손주의재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