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왕
旅閣
빗금을 긋는 장맛비 무슨 생각을 할까
유리창에 낙서를 하며 툭툭 떨어지는
빗물의 여행은 어디서 시작 되었을까
생각하다가 인생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나를 돌아 보고
꽃잎처럼 피고 지는 인생이 궁금해진다
울다가 웃다가
바람처럼 구름처럼 가버린 세월
반백 년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고
돌아보니 첩첩 깊고 험한 산 중
내 인생 계곡은 가파른 협곡이다
누구나 잊지 못할 사연 없을까마는
관절마다 새겨놓은 숱한 시름들이
그리움으로
멀리 떠나온 길들을 더듬어 불러들인다
후회해도 다시 올 수 없는 그 시절
잠시 떠나온 여행길
하룻밤처럼 묵어가는 이 세상
바로 여각이 아니겠는가
삼천포 가는 길
(박재삼 문학관)
우리 가보자
서정을 찾아가 보자
서정의 발원지를 찾아보자
김소월 김영랑 서정주 박재삼
삼천포 가는 길은 아름다운 포구만 있는 게 아니라네
청춘같이 푸른 바다도 있고 詩로 허기진 가난도 있다네
그래서 삼천포로 빠져도 좋겠네
궁핍스런 바구니에 리듬과 운율을 담아 놓고
낭만이 넘치는 바닷가에서 고달픈 삶의 한과 슬픔을
구슬처럼 엮어 햇빛에 말리며 살아도 좋겠네
주옥같은 시어가 살아서 숨 쉬는 곳
밤하늘별과 같이 멀기만 한 것은 아니라네
삼천포에는 선구동과 서금동의 경계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노산 공원에
바다가 낳고 삼천포가 길러낸 시인
박재삼 시인의 문학관이 있다네
우리 같이 가보자
서정을 찾아가 보자
삼천포 노산 공원 박재삼 문학관으로
슬픔의 연금술사라고 불리는
한국문단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박재삼 시인을 만나러 가자
해상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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地利, 아니 海利
돛을 올려라. 물레를 돌려라
파란 물빛이 늘 햇빛처럼 일렁거리는 이곳 청해진
완도읍 장좌리 앞의 장군섬에서
1만의 군졸을 거느린 해상왕 장보고의 무역선이
넓은 바다로 향하며 북소리 요란하다
일본은 물론 당나라와 페르샤 그리고 발해와 아라비아까지
신라 천 년의 역사를 푸른 바다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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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한 영웅의 일생
기골이 장대하고 활과 창에 능숙한 그는
넓은 바다의 품에서 기량이 제대로 보였다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청해진
고금도와 진지도
그야말로 황금의 바다 청해진에서 황하로 이어진 물결은 장강까지
장보고는 무법자인 해적들을 퇴치하는 해군력을 키우고,
무장한 선단이 바다에 뜨면 하늘도 바다도 읍소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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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사랑한 장보고는 나폴리 같은 대규모 해양요새를 청해진에 만들어
필전으로 선택한 바다의 무대를 마음대로 여닫는
바다의 지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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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처럼
마음은 아직 아득한데
세월은 기약 없이 떠나네
가을 바람 물음표 던지면
노을빛 닮아가는 나뭇잎
황혼처럼 저물어 가는 생
눈물처럼 애초로운 하루는
또 저물어가고
산다는 게 서럽기만 한데
사랑아 내 사랑아
바람 따라 가지마라
가을처럼 붉어라
가을처럼 익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