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호월

湖月, 2018. 12. 24. 11:31


대문턱국숫집

                               이상국




 

대문턱국숫집 방고래 뚫고

도둑고양이들 산다

봄 한철 화전놀이 때도 그렇지만

가을 거둠이 끝내고

아래윗동네 국수추렴이 시작되면

낭그다리 주인은 국수틀에 매달려 땀 뻘뻘 흘리고

한겨울에도 설설 끓던 아랫목에서

지금은 고양이가 자식을 기른다

미나리밭에 봄비 소곤대는 날이면

며늘 시어멈 소반머리 앉아 콩을 거르거나

명주올 같은 햇볕 드는 쪽마루에서

밥숟갈에 살코기 얹어

제비새끼 같은 손자 기르던 할머니는 어디로 갔는지

중방도 쪽마루도 다 둘러빠지고

도둑고양이들이 나라를 차렸다

대문턱 그 사람들 그립다

 


이상국 시집 집은 아직 따뜻하다(창비, 1998)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