湖月, 2012. 3. 5. 20:34

 


흔적  / 안행덕



푸른 바다가 보이는 언덕

속 시원하게 벗은 몸으로

6천만 년의 고행을 고백하고 있다 

어둠의 지층에서 분진 같은 세월을

문신처럼 간직한 채

아직도 숨을 쉰다

완도 청해 포구에서 만난

규화목硅化木, 석화목은

오래 묵은 설움, 봄볕에 널어놓고

잡생각의 꼬투리를 말리고 있다 


수렁에 빠져 재수 없던 날

그날부터 마음 비우고

오롯이 기다림의 기도가

꽃처럼 피어난 신화였다

절취선을 넘어온 고목의

성쇠를 낱낱이 끌어안고

천만년을 견디어낸 인내가

지울 수 없는 나이테였다

놀라워라

아직도 잊지 못한

육천만 년 전

푸른 청청한 날을

꿈길처럼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