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바람과 詩(詩集)
나목(裸木)을 부러워한다
湖月,
2012. 3. 6. 17:15
나목(裸木)을 부러워한다 / 안행덕
앙상한 가지에서 숨소리 들린다.
한겨울 눈보라 빈 몸으로 견디며
마른 가지 잠들지 못하게
뿌리는
엄동 내내 풀무질로 생의 끈을 잡고 흔들며
맨몸 하나로 지켜온 저 경이(驚異)
깊은 뿌리에서 끌어올린 눈물
가슴 한복판으로 흐르고
새봄의 은밀한 약속, 기다리며
가을에 떠나보낸 제 살붙이 그리워 운다
*花信(화신)으로 내리는 저 빗소리
봄비는 새순 바라기를 알리고
희망을 잃지 않는 유대인처럼
봄빛이 앉은 가지마다 팽팽하다
창밖의 빈 가지를 부러워하는 앙상한 노모
병상에서 나목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