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04년 신춘 문예당선작

湖月, 2005. 12. 24. 12:18
2004년 신춘문예 당선작]

1.당선작 목록 ( 중앙지·지방지 26개 신문사 )

동아일보 : 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 / 김성규
조선일보 : 폐(廢)타이어 / 김종현
한국일보 : 유적 / 예현연
서울신문 : 토우 / 권혁제
경향신문 : 가스통이 사는 동네 / 안성호
문화일보 : 시월의 잠수함 / 김지훈
세계일보 : 작은손 / 문신
매일신문 : 조용한 가족 / 이동호
부산일보 : 눈물길 / 김춘남
강원일보 : 살림의 입 / 신유아
경인일보 : 진혼제 / 성유리(본명 성배순)
경남신문 : 풍향계가 있는 오후 / 남화정
광주일보 : 집에 관한 단상 / 김효순
국제신문 : 4월 / 최미경
광주매일 : 달빛 밟기 / 고영심
대전일보 : 그의침대 / 오병훈
무등일보 : 이방인의 뜰 바다는 멀다 / 임해원
동양일보 : 파수병 / 박영석
불교신문 : 대흥사 가는 길 / 임곤택
영남일보 : 봄 / 박미숙
전남일보 : 겨울강 / 정철웅
전북중앙신문 : 카르만볼텍스 / 신주희
전북일보 : 풍경(風磬) 끝에 매달린 물고기나 되어 / 문신
충청일보 : 모래시계 / 정진헌
평화신문 : 나목과 여인
한라일보 :십일월의 진눈깨비/ 양인숙


2. 참고 사항

2-1. 신춘문예의 명칭이 '신춘문예'가 아닌 경우
① 중앙일보 :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② 영남일보 : 영남일보 문학상
③ 동양일보 :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2-2. 오자 바로 잡음
강원일보 당선작 23행 '잠득 척'을 '잠든 척'으로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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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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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 / 김성규

가슴을 풀어헤친 여인,
젖꼭지를 물고 있는 갓난아기,
온몸이 흉터로 덮인 사내
동굴에서 세 구(具)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시신은 부장품과 함께
바닥의 얼룩과 물을 끌어다 쓴 흔적을 설명하려
삽을 든 인부들 앞에서 웃고 있었다
사방을 널빤지로 막은 동굴에서
앞니 빠진 그릇처럼
햇볕을 받으며 웃고 있는 가족들
기자들이 인화해놓은 사진 속에서
들소와 나무와 강이 새겨진 동굴 속에서
여자는 아이를 낳고 젖을 먹이고
사내는 짐승을 쫓아 동굴 밖으로 걸어나갔으리라
굶주린 새끼를 남겨놓고
온몸의 상처가 사내를 삼킬 때까지
지쳐 동굴로 돌아오지 못했으리라
축 늘어진 젖가슴을 만져보고 빨아보다
동그랗게 눈을 뜬 아기
퍼렇게 변색된 아기의 입술은
사냥용 독화살을 잘못 다루었으리라

입에서 기어 나오는 구더기처럼
신문 하단에 조그맣게 실린 기사가
눈에서 떨어지지 않는 새벽
지금도 발굴을 기다리는 유적들
독산동 반지하동굴에는 인간들이 살고 있었다


◈조선일보
폐(廢)타이어 / 김종현

아파트 공터 한 귀퉁이
속도를 잊은 폐타이어
땅속에 반쯤 묻힌 깊은 침묵 속
햇빛을 둥글게 가두어 놓고
동그랗게 누워 있다

그가 그냥 바퀴였을 때는 단지
속도를 섬기는 한 마리 검은 노예일 뿐이었다
날마다 속도에 사육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