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바다 (1~9)
바다 1 / 정지용
오.오.오.오.오. 소리치며 달려가니
오.오.오.오.오. 연달어서 몰아 온다.
간 밤에 잠살포시
머언 뇌성이 울더니,
오늘 아침 바다는
포도빛으로 부풀어졌다.
철석, 처얼석, 철석, 처얼석, 철석,
제비 날어들듯 물결 새이새이로 춤을 추어.
바다 2 - 정지용
바다는 뿔뿔이
달아날랴고 했다.
푸른 도마뱀 떼같이
재재발렀다.
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었다.
흰 발톱에 찢긴
산호보다 붉고 슬픈 생채기!
가까스루 몰아다 부치고
변죽을 둘러 손질하여 물기를 시쳤다.
이 앨쓴 해도에
손을 씻고 떼었다.
찰찰 넘치도록
돌돌 굴르도록
지구는 연잎인 양 옴으라들고 펴고.
바다 3 정지용
외로운 마음이
한종일 두고
바다를 불러-
바다 우로
밤이
걸어 온다.
바다 4 / 정지용
후주근한 물결소리 등에 지고 홀로 돌아가노니
어데선지 그누구 쓰러져 울음 우는듯한 기척,
돌아서서 보니 먼 등대가 반짝 반짝 깜박이고
갈매기떼 끼루룩 비를 부르며 날어간다.
울음 우는 이는 등대도 아니고 갈매기도 아니고
어덴지 홀로 떨어진 이름 모를 서러움이 하나.
바다 5 / 정지용
바둑 돌 은
내 손아귀에 만져지는 것이
퍽은 좋은가 보아.
그러나 나는
푸른바다 한 복판에 던졌지.
바둑들은
바다로 각구로 떨어지는 것이
퍽은 신기 한가 보아.
당신 도 인제는
나를 그만만 만지시고,
귀를 들어 팽개를 치십시요.
나 라는 나도
바다로 각구로 떨어지는 것이,
퍽은 시원 해요.
바둑 돌의 마음과
이 내 심사는
아아무도 모르지라요.
바다6 / 정지용
고래가 이제 횡단 한뒤
해협이 천막처럼 퍼덕이오.
......흰물결 피여오르는 아래로
바둑돌 자꼬 자꼬 나려 가고,
은방울 날리듯 떠오르는 바다종달새.....
한나잘 노려보오 훔켜잡어
고 빨간살 뻐스랴고.
미역닢새 향기한 바위틈에
진달래꽃빛 조개가 햇살 쪼이고,
청제비 제날개에 미끄러져 도-네
유리판 같은 하늘에.
바다는 - 속속 드리 보이오.
청댓잎처럼 푸른
바다
봄
꽃봉오리 줄등 켜듯한
조그만 산으로-하고 있을까요.
솔나무 대나무
다옥한 수풀로-하고 있을까요.
노랑 검정 알롱 달롱한
블랑키트 두르고 쪼그린
호랑이로-하고 있을까요.
당신은 [이러한 풍경]을 데불고
흰 연기 같은
바다
멀리 멀리 항해합쇼.
바다 7 / 정지용
바다는
푸르오,
모래는
희오, 희오,
수평선우에
살포-시 나려안은
정오 한울,
한 한가온대 도라가는 태양,
내 영혼도
이제
고요히 고요히 눈물겨운 백금팽이를 돌니오.
바다 8 / 정지용
흰 구름
피여 오르오,
내음새 조흔 바람
하나 찻소,
미억이 훡지고
소라가 살오르고
아아, 생강집 가치
맛드른 바다,
이제
칼날가른 상어를 본 우리는
뱃머리로 달려나갓소,
구녕뚤린 붉은 돗폭 퍼덕이오,
힘은 모조리 팔에!
창끄튼 꼭 바로!
바다 9 / 정지용
바다는 뿔뿔이
달어 날랴고 했다.
푸른 도마뱀떼 같이
재재발렀다.
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었다.
흰 발톱에 찢긴
산호보다 붉고 슬픈 생채기!
가까스루 몰아다 부치고
변죽을 둘러 손질하여 물기를 시쳤다.
이 앨쓴 해도(海圖)에
손을 씻고 떼었다.
찰찰 넘치도록
돌돌 굴르도록
희동그란히 받쳐 들었다!
지구는 연닢인양 오므라들고.......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