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스크랩] 찔레꽃 향기는 서러워

湖月, 2013. 6. 15. 12:14

 

 

 

찔레꽃 향기는 서러워

 

 

 

봄 향기 무르익는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도 할 만큼

사계절 중 가장 으뜸인 봄의 절정이다.

오월이면 산야가 온통 푸르게 물들고 농촌은 모심기로 바쁜 달이다.

꽃피고 새우는 이 계절은 희망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 옛날 살기 어렵던 시절 가을에 추수한 쌀은 동나고

아직 보리를 추수하기는 이른 봄, 집집마다 양식 걱정으로 산나물과 쑥으로

연명하는 춘궁기다. 말하자면 보릿고개다. 요즘 아이들한테는 낯선 단어다.

그 시절 아이들은 배는 고프고 먹을 건 없고

산이나 들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찔레꽃 그 순을 꺾어 껍질을 벗기고

먹으면 쌉쌀한듯하면서 들큼한 그 맛은 요즘 말하는 웰빙 식품이다.

더구나 배고픈 시간 얼마나 맛난 간식이었을까?

향기가 너무 진해서 멀리서도 찔레꽃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나이 지긋한 전후戰後 세대 어른들, 시골의 찌든 가난을 경험한 그들은

추억 속의 찔레꽃은 유년의 아련한 추억이 담겨 있을 것 같다.

물론 로맨틱한 추억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배고프고 가슴 저린

추억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한창 피어나는 찔레꽃 향기는

왠지 서럽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조선 시대 일어난 병자호란 때 오랑캐들이

우리나라 백성을 무차별 납치해서 끌고 갔다고 한다.

무지한 오랑캐 놈들은 어여쁜 처녀를 사정없이 잡아다 노예로 팔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중에 찔레라는 처녀 아이도 그 병자호란 때 희생당한 우리의 딸이었단다.

잡혀간 찔레는 피눈물 나는 고생 속에도 고향에 두고 온 엄마와 오빠가 그리워

날마다 눈물로 보내다가, 고향으로 돌아올 기회가 생겨 몇 년 만에 돌아온

고향 집은 폐허가 되고 피부 치는 찾을 길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 산야를 헤매며

엄마 엄마 부르다, 어느 산골짜기에서 허기지고 지쳐 죽게 되었고

그다음 해 찔레가 묻힌

산에서 못 보던 꽃이 피었는데 향기가 진하게 온산을 퍼져 나가

마을 사람들이 어쩌면 죽은 찔레가 죽어서도 내가 여기 있다고 알리려 피워 내는

향기 일 거라고, 그 꽃을 찔레꽃이라 이름 붙였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찔레꽃 향기는 가슴 찡하도록 향기가 좋다.

산골에 외롭게 핀 하얀 찔레꽃은 왜 그렇게 순결하고 하얀지?

그 향기는 왜 그리 좋은지? 화려하진 않아도 자꾸 보고 싶고 향내에 취하다 보면

서럽도록 좋다.

그래서 어느 가수가 부르는 찔레꽃은, 별처럼 달처럼 서러워 목놓아 울었다고 한다.

찔레꽃 향기 지천으로 피어나는 오월에 찔레순 꺾으러 고향 한번 가고 싶다.

 

20130529湖月

 

 

 

찔레꽃 향기는 서러워 / 안행덕

 

   

짙푸른 산길 아무데서나  

하얗게 웃는 찔레꽃

알싸한 향기는 애틋해서

소리 없는 울음이네 

애달픈 전설 가슴이 찡해서

그 향기 너무 서러워

나를 울리지

하얗게 피는 꽃 서럽도록 좋아라

그리움에 야위어 가시만 남은 

잎마다 울음이 고인 하얀 찔레꽃

 

나 여기 있다오

애절한 그리움으로

지나가는 바람, 옷깃에 매달려

저만치 달아나 숨어서 우네

 

 

 

 

출처 : 문학 한 자밤
글쓴이 : 湖月 원글보기
메모 :
댓글수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