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진>
-해-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맑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
야 솟아라.산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
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운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
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
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
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다라 칡범을 다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않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않아 애뙤고 고운 날을 누려보리라.
-청산도-
산아.우뚝 솟은 푸른 산아.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
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
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 골 골자
기 울어 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 내가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
힌 하늘과, 아른 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 늘에, 어
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
슴으로 그리워라.
띠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릴 볼이 고운 나릐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
도 가고, 티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
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뻐꾸기는 우는 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 아
우성쳐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속에, 난 그리노라.너만
그리노라.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어서 너는 오너라-
복사꽃이 피었아고 일러라.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너이 오오래 절들이고 살다 간 집, 함부로 함부로 짓밟
힌 울타리에, 애도꽃도 오얏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낮
이면 벌떼와 나비가 날고, 밤이면 소쩍새가 울더라고 일러라.
다섯 물과 여섯 바다와 , 철이야. 아득한 구름 밖, 아득
한 하늘 가에, 나는 어디로 향을 해야 너와 마주 서는게
냐.
달 밝으면 으레 뜰에 앉아 부는 내 피리의 서른 가락도
너는 못 듣고, 골을 헤치며 산에 올라 아침마다, 푸른
봉우리에 올라서면, 어어이 어어이 소리 높여 부르는
나의 음성도 너는 못 듣는다.
어서 너는 오너라. 별들 서로 구슬피 헤어지고, 별들 서
로 정답게 모이는 날, 흩어졌던 너이 형 아우 총총히 돌
아오고, 힡어졌던 네 순이도 누이도 돌아오고, 너와 나
와 자라난, 막쇠도 돌이도 복술이도 왔다.
눈물과 피와 푸른 빛 깃발을 날리며 오너라....... 비둘
기와 꽃다발과 푸른 빛 깃발을 나리며 너는 오너라.....
복사꽃 피고, 살구꽃 피는 곳, 너와 나와 뛰놀며 자라난
, 푸른 보리밭에 남풍은 불고, 젖빛 구름, 보오얀 구름
속에 종달새는 운다.
기름진 냉이꽃 향기로운 언덕, 여기 푸른 잔디밭에 누
워서, 철이야, 너는 늴늴늴 가락 맞춰 풀피리나 불고, 나는, 나는, 두둥싯 두둥실 붕새춤 추며, 막쇠와, 돌이,
복술이랑 함께, 우리, 우리, 옛날을, 옛날을, 딩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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