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文 序文 나는 詩의 홍심을 찾고 있다. 명궁을 꿈꾸며 은유의 대상까지 추리하고 상상하고 나는 날마다 붉은 심장을 조준하며 산다 내 마음은 늘 홍심紅心이다 붉은 내 마음을 관통시킬 너를 만나고 싶다 마음은 언제나 명궁이다 詩의 과녁 앞에 서면 시위를 당기기도 전에 과녁의 중심이 보..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파도처럼 파도처럼 수평선 끝자락에 하늘이 내려와 여기까지라고 길게 푸른 선을 긋고 웃는다 시퍼런 상처를 안고도 날마다 솟구쳤다 사라지고 밀려왔다가 밀려가네 어쩌면 저리도 평화로운지 헛도는 시간 속에 살아갈수록 험한 세파에 멍든 가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도 푸르게 웃자 파도처럼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은빛 바다와 노파 은빛 바다와 노파 비릿한 냄새가 옮겨붙은 자갈치 골목 노파의 등처럼 구부러진 은빛 바다가 벌거벗은 채 좌판에 앉아있다 벌거벗은 바다를 구경 온 사람들 골목마다 항구처럼 돛을 내리고 온종일 바다를 몰고 온 바람과 실랑이다 부력을 잃어버려 파닥거림 없는 등 굽은 바다 꼼짝 못 ..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갯그령 같은 여자 갯그령 같은 여자 밋밋한 것 같아도 성깔 있는 여자 바닷가 모래벌판을 맨발로 걸어도 청여淸女처럼 서늘한 게 신비스러워 눈부시다 바닷가를 거닐다 전사구를 만나면 제집인 양 편안하게 신발을 벗고 마음을 풀어헤친다 절박한 삶을 위하여 짠물에 젖어 비늘처럼 거칠어진 생 갯그..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숨비소리 숨비소리 하마하마 바다를 바라보는 나 숨죽이고 엄마의 숨소리 기다린다 바다가 그리워 우울증을 앓는 여자 남몰래 바람이 되는 여자 물질하러 바다로 간 내 어머니 이어도를 서방이라 부르는 여자 숨이 차도록 바다를 사랑한다면서 걸핏하면 해초 줄기에 목을 매고 싶다는 말로 내 애..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말과 말 말과 말 가벼운 입술은 빗장을 열어놓고 위험한 말의 일탈을 부추기며 입안에 갇힌 말은 날마다 탈출을 꿈꾸네 잠시만 주인이 방심하면 말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거침없이 들이박고 후다닥 줄행랑친다 천방지축 위험하게 날뛰는 말 가녀린 입술은 잡지 못하네 무서운 속력으로 달..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신이 내려준 선물 신이 내려준 선물 한 해가 저물어 간다고 손 흔들던 낙엽의 냄새 향기로운 가을이다 기수처럼 달리는 세월을 한 마리 말처럼 섬세하게 다루지 못한 나 신이 내려 준 고귀한 선물인 걸 나 미처 몰랐네 하늘과 땅이 있어 너와 내가 살아있다는 걸 몰랐네 구구절절 아픈 사연도 굽이굽이 ..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바닥 바닥 바닥은 시작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날개를 갖고 싶어 하며 추락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추락하는 연습을 한다 파산하는 것 막판이 되는 것 탈탈 털리고 빈손일 때 더는 내려갈 곳이 없을 때 바닥이라 한다 천둥벌거숭이 숭숭 뚫린 가슴 간신히 알아낸 바닥의 실체는 살아남는 법..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