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18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발코니의 시간 박은영 필리핀의 한 마을에선 암벽에 철심을 박아 관을 올려놓는 장례법이 있다 고인은 두 다리를 뻗고 허공의 난간에 몸을 맡긴다 이까짓 두려움쯤이야 살아있을 당시 이미 겪어낸 일이므로 무서워 떠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암벽을 .. 신춘문예 2018.01.04
미륵을 묻다 / 김형수 [2018 국제신문 신춘문예]시 당선작 미륵을 묻다 김형수 이천여 년 전의 방가지똥 씨앗이 스스로 발아가 된 적이 있다고 한다 한 해밖에 못 사는 풀이 때를 기다린 것이다 사랑할 만한 세상이 오지 않아 이천 년 동안 눈 감은 태연함이라니 고작 일 년 살자고 이천 년을 깜깜 세상 잠잤다니 .. 신춘문예 2018.01.01
복도 / 변선우 https://blog.naver.com/gulsame/221175464825 [2018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복도 변선우 나는 기나긴 몸짓이다 흥건하게 엎질러져 있고 그렇담 액체인걸까 어딘가로 흐르고 있고 흐른다는 건 결국인 걸까 힘을 다해 펼쳐져 있다 그렇담 일기인 걸까 저 두 발은 두 눈을 써내려가는 걸까 드러낼 .. 신춘문예 2018.01.01
2018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돋보기의 공식 / 우남정 2018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돋보기의 공식 / 우남정 돋보기의 공식 우남정 접힌 표정이 펴지는 사이, 실금이 간다 시간이 불어가는 쪽으로 슬며시 굽어드는 물결 무심코 바라본 먼 곳이 아찔하게 흔들리고 가까운 일은 그로테스크해지는 것이다 다래끼를 앓았던 눈꺼풀이 좁쌀만 .. 신춘문예 2018.01.01
흑임자 / 이윤숙 흑임자 이윤숙 도리깨가 공중돌기로 사내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사내가 쓰러지고 바싹 마른 주머니가 솟구치며 털린다 여름내 땡볕에서 품팔이한 쌈짓돈 비 맞은 날에도 바람맞은 날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해서 모은 돈 닳아 동그랗게 말린 돈 속이 타서 까맣게 쩐 돈 뼈가 부서지도록 움켜.. 신춘문예 2017.12.21
2015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어머니의 계절 / 최영랑 2015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어머니의 계절 최영랑 빈집엔 봄이 오지 않고 여름도 오지 않고 빈집의 계절만이 서성거린다 빈집은 쉽게 들어갈 수 없고 대문 안에 들어서도 속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곳은 시끄럽고 어스름한 저녁 누구라도 거부하는 빈집만의 습관이 있다 그림.. 신춘문예 2015.01.04
2015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키워드 / 최은묵 2015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키워드 최은묵 죽은 우물을 건져냈다 ​ 우물을 뒤집어 살을 바르는 동안 부식되지 않은 갈까마귀가 떼가 땅으로 내려왔다 두레박으로 소문을 나눠마신 자들이 전염병에 걸린 거목의 마을 레드우드 꼭대기로 안개가 핀다, 안개는 흰.. 신춘문예 2015.01.04
2015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탕제원 2015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탕제원 박은석 탕제원 앞을 지나칠 때마다 무릎의 냄새가 난다 용수철 같은 고양이의 무릎이 풀어지고 있던 탕제원 약탕기 속 할머니는 자주 가르릉 가르릉 소리를 냈었다 할머니의 무릎에는 몇 십 마리의 고양이가 들어 있었다. 가늘고 예민한 수염을 .. 신춘문예 2015.01.02
2015 경향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선수들 / 김관용 2015 경향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선수들 김관용 전성기를 지난 저녁이 엘피판처럼 튄다 도착해보면 인저리타임 목공소를 지나 동사무소, 골목은 늘 복사된다 어둑해지는 판화 속에서 옆집이라는 이름을 골라낸다 옆집하고 발음하면 창문을 연기하는 배우 같다 보험하는 옛애인이 전.. 신춘문예 2015.01.02
2015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신발 / 박진이 2015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신발 박진이 발 하나 들어 있지 않은 난전의 신발들 맨발보다 더 시려 보이는 저 표준의 사이즈들은 몇 번을 신어보고 몇 번을 돌아서 보고 몇 번을 벗어두고 나서야 발의 온도를 이해할까 오늘도 얇은 먼지와 흰 눈에게 제 크기를 내어준다 겨울, 한기를.. 신춘문예 2015.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