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부처님 / 김애리나
쉿, 부처님 주무시는
중이세요
햇살이 부처님의 이마에
키스하고파
법당 안을 기웃대는 봄날이었지요
졸립지요 부처님? 그래도
봄인데
나들이는 못 갈망정 마당 가득 피어난 꽃나무 좀
보세요
산사나무 조팝나무 매자나무 꽃들이 치마를
올리고
벌써 바람을 올라탈 준비를 하는
걸요
꽃가루 가득 실은 바람과 공중에서 한 바탕
구르다
주워 입지 못하고, 흘린 치마들이 노랗게 땅을 수놓는
걸요
화나셨어요 부처님? 왜 오롯이 눈은 내리깔고
침묵하셔요
이 봄에 관계하지 못한 生이란 울기만
하는걸요
보세요, 대웅전 계단 옆 고개 숙인 한 그루의
불두화를
향기 많은 꽃에 벌과 나비가 꼬여 열매를 맺는
모습은
수도승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여 성불코자 심었다는
불두화가
관계를 나누다 쓰러진 것들을 보며, 눈물을 찍어내고
있어요
천년이 넘게 한 세상 굽어만 보시는
부처님
오늘처럼 법당에 둘이만 있는
날에는
당신 한번 넘어뜨리고 싶은 마음
아시는지,
헛. 헛 기침하시네요 토라져
눈감으시네요
긴 손 뻗어 몇 날 며칠 불두화의 눈 감겨
주시니
아, 그제야 봄 저무네요 절름발로 지나가네요
'1500만원 고료 가을문예' 시-소설 순천대생 차지 |
'신춘문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어 ㅡ 기명숙 (0) | 2006.01.02 |
---|---|
바람 들어좋은날 ㅡ 김광희 (0) | 2006.01.02 |
2005한국일보 신춘문예당선작 ㅡ 나무도마 (0) | 2005.12.24 |
2004신춘문예당선잗 ㅡ 토우 (0) | 2005.12.24 |
2004신춘 문에당선작 ㅡ가스통이사는동네 (0) | 2005.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