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사 / 안행덕
조약돌처럼 제 몸을 굴려
내가 ‘시산문’과 인연 맺은 지 6년째인 것 같다. 처음 ‘시산문’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끌려 좋은 시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가입하고 보니 역시 카페주인 헌책님(이용환)이 국어 선생님답게 아름다운 우리말 국어공부로 친절하게 친구가 되어 주었다. 알고 보니 나에게만 친절한 게 아니었다. 누구라도 글을 쓰고 싶어 하거나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친구가 되어주고 아낌없이 자기 지식을 나누어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시산문에서 일어났다. 헌책님이 최초에 ‘시와 산문’이라는 이름으로 문학 카페를 열자 글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차츰 이름에 걸맞은 회원이 증가하고 날로 발전하는 모습에 힘이 생긴 우리는 무언가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매니저님은 인터넷 카페에 글만 올리는 것보다 종이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이런 글도 책이 되나요? 하고 주저하며 시작한 계간웹북이 처음 만들어질 때 작가 지망생들이 자기 글이 책이 되어 나온 것에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는 것에 힘을 얻어 밤낮없이 노력하고 세월이 흘러 문예지로 등록도 되고 등록번호도 받고 이제는 어디에 내 놓아도 빠지지 않는 우수한 문예지로 발전해 참으로 소중하고 대견하다.
이제는 작가회라는 모임의 <시산문 작가회>가 있어 든든하다. 작가 회장님(김재두)을 중심으로 모든 회원이 기둥이 되어 받쳐 준다면 어떤 고난도 잘 견뎌 내리라 믿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무언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다른 문예지나 카페에서 흔히 하는 작가모임의 동인지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라는 결속의 테두리가 필요 하다는 생각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딛고 여기까지 온 ”시산문” 작가회원들이 이제 작가회원만의 소중한 작품집을 만들려고 한다. 오래 기다려온 바람이어서 매우 반갑고 환영한다.
이제 또 다른 시작이라는 생각에 가슴 설렌다.
시산문이 처음 만드는 이 작품집을 남부끄럽지 않은 최고의 동인지로 만들고 싶은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아닐 것이다. 참여하는 모든 회원의 바람일 것이다. 그러려면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하겠다. 그래야, 후배들이 본받고 더 좋은 문집을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다. 세상에 나간 우리들의 문집이 호평을 받고 날개 달린 듯 팔려나가면 어려운 계간웹북도 힘을 얻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작가회원님들의 각고의 노력과 힘이 필요하다.
개인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단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강가의 조약돌처럼 긴 세월 조금씩 제 몸을 굴려 스스로 깎아낸다면 예쁘고 단단한 문집이 탄생하리라 믿는다. 어려움을 이기고 탄생되는 <시산문(詩散門)>의 첫 詞華集을 함께 축하한다. 우리라는 향기 그윽한 문집이 되어 모든 작가님의 품에 안길 것을 고대하면서.
안행덕
항해
/안행덕
검은 고무 튜브에 하반신을 감추고
납작 옆드린 채 헤엄을 치는 사내
하반신의 폐허에
도마뱀 꼬리처럼 돋아난
고무 지느러미를 흔들며
시장통을 유영한다
오물이 질펀한 바닥에
쉼표를 찍고 행간을 치는 사이
퍼렇게 날이 선 시선들이
두려움에 떠는 작은 심장을
인정 없이 냉각시킨다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인파
뱃고동처럼, 발걸음 소리만 울릴 뿐
등대 같은 적선의 빛은 없어라
진종일 사나운 파도에 지친 시린 눈빛
안쓰럽게 지켜보던 좌판의 노파
끌끌 혀를 차며 지폐 한 장 던진다
좌초될 듯 흔들리던 고무 지느러미
그제야 두려움 없이 인파를 헤치며
거친 바다를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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