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에 핀 꽃무릇/안행덕
푸른 멍 자국 감추던
스란치마 벗어버리고
회색빛 법복도 송구하다는 듯
아슬아슬하게
가느다란 꽃대 위에 맨몸으로
한 송이 붉은 꽃으로 피어난 여인
꽃잎은 핏빛보다 진한 선홍으로
온산을 물들이고도
가슴에 맺힌 한 다 풀지 못한 듯
선운사 목탁소리에
제 몸, 주리를 틀고 서 있는 여인
속세의 인연 부질없다
애절한 전설 구구절절 꽃으로 피워내도
빗나간 사랑은 되돌릴 수 없어라
화엄경에 귀 열어 놓고
멀리 법당을 바라보는 꽃무릇이 된 이여
산문에 기대어 합장하며 우는 가련한 여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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