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 통
하얀 벽 등지고 소독 냄새 맡으며
젊은 처녀가 발로 밟는다
중년의 흰 가운이 또 발로 밟는다
할머니도 발로 밟는다
발 필 때마다
부지런히 문을 열어주며 고개 숙인다 .
피고름이 낭자한 거즈와 솜뭉치가
면상과 가슴을 후려치기에
시린 발을 옹크리며 난간에 서 있다
주인아주머니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살짝 던진다. 생선뼈 과일껍질 손주 놈 흘린 밥
찌개 건더기 콩나물 시래기
차곡차곡 빈 종이상자
쨍그랑쨍그랑 빈 병들의 합창
도란도란 요구르트 병 알루미늄캔 플라스틱
다시 태어나기 기다리는
조각조각 절인 가슴들
황금알을 품고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