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월간 모던포엠4월호

湖月, 2016. 3. 27. 17:09


꽃이 되련다 / 안행덕

 

 

밤새 꽁꽁 언 바람이

긴 밤, 잠 못 들고 한숨으로 궁리하더니

창틀에 매달려 화공을 꿈꾸었나

유리창이 온통 성에꽃이다

투명한 유리창의 환한 불빛

한밤을 움찔움찔 기웃거리다가

사각사각 환하게 얼었구나

애타게 창밖을 응시한 내 시선이

북풍한설과 눈이 맞아

애틋한 사랑으로 피었구나


내 마음 저쪽에 매달린 차가운 창 하나

별빛에 들킬까 차마 열지 못하고

노심초사 아집으로 묶어놓은 情(정)

하얗게 얼었다 녹으면

꽃으로 피어날까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도도한 저 눈(雪)빛

햇살에 반짝 눈이 부시다


영하를 견뎌낸 너의 기도가 무량하다

꽁꽁 언 마음도 빗장을 풀어놓으면

눈부신 꽃이 되려나

 





봄을 깨우러 가자 / 안행덕

 

 

그늘진 묵정밭 산 둔덕에는

소금을 뿌려놓은 듯

잔설이 희끗희끗한데

깜작깜작 뱁새가 깨금발을 딛는다.

아직은 발이 시리다


실개천에 실버들이 살얼음 새로

살그머니 여린 손을 내밀어 본다

깜짝 놀라 내민 손 호호 분다

얼음주머니를 달고 사는 그대에게

안개꽃 봄바람으로

노란 수선화를 피워주고 싶다


2월에 섣부른 봄을 찾아

뱁새가 운다.

임아 겨울잠 자는 봄을 깨우러 가자



월간 문예지 모던포엠 2016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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