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 / 이성목
우리가 이렇게 살자
죽은 자가 산 자를 불러
술과 고기를 먹이는
따뜻한 저녁
그런 줄도 모르고
죽음은 얼마나 딱딱한가
죽음은 얼마나 싸늘한가
밤새 퉁퉁 불은 눈으로
부르튼 입술로
동백꽃
쉰 목을 꺾어
마당에 내려놓는다
짝사랑 / 이성목
고 긴 담장 아래서
유리 조각 박힌 어깨를 넘보네.
그대 사는 집
담장을 기어 넘으며
넝쿨 장미처럼 붉게 가슴 베어도 좋았을
내 스무 살의 짙은 그림자
둘둘 말아 거두어 가려 할 때
오래 앓던 그대 하얀 얼굴로 밖을 보네.
내가 차마 넘볼 수 없는
그대 사는 집
문 굳게 잠겨 있어도 알 수 있네.
담장의 유리 조각
칼보다 더 깊게 눈시울에 박혀도
볼 수 있네. 그대
손가락 깨물어 담벼락에 흩뿌린 말들
내 눈에 그렁그렁 고여 들어
이렇게 맑은 눈물
멈추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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