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이성목 / 문상

湖月, 2015. 8. 9. 21:25

 

문상 / 이성목


우리가 이렇게 살자

 

죽은 자가 산 자를 불러

술과 고기를 먹이는

 

따뜻한 저녁

 

그런 줄도 모르고

 

죽음은 얼마나 딱딱한가

죽음은 얼마나 싸늘한가


밤새 퉁퉁 불은 눈으로

부르튼 입술로

 

동백꽃

 

쉰 목을 꺾어

마당에 내려놓는다

 

 

 

짝사랑 / 이성목


 

고 긴 담장 아래서

유리 조각 박힌 어깨를 넘보네.

그대 사는 집

담장을 기어 넘으며

넝쿨 장미처럼 붉게 가슴 베어도 좋았을

내 스무 살의 짙은 그림자

둘둘 말아 거두어 가려 할 때

오래 앓던 그대 하얀 얼굴로 밖을 보네.

내가 차마 넘볼 수 없는

그대 사는 집

문 굳게 잠겨 있어도 알 수 있네.

담장의 유리 조각

칼보다 더 깊게 눈시울에 박혀도

볼 수 있네. 그대

손가락 깨물어 담벼락에 흩뿌린 말들

내 눈에 그렁그렁 고여 들어

이렇게 맑은 눈물

멈추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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