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 외 6편
/황금찬
아직 등불을
끌 때가 아니다
태양이 바다 저쪽에 있다
내 마음을
기다림의 문이 열리거든
반딧불
그때엔 세기의 등불을 꺼도 좋다
날고 싶다
날고 싶다
이 시대에 날아오르고 싶다
날개를 달자
겸손의 언어와
사랑의 행동을 달자
신이여,
이 시대에 알맞은 날개를 달자
허무
풀잎 위에
떨어져 있는
부서진 나비의 날개
그 위에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편지
북극 바다를 나는 새가
눈속에 피는 꽃잎을 물고 와선
네 잠든 숨결 위에
꿈의 색깔로
뿌리고 있었다
별
네가 잠든
지붕 위엔
한낮에도
별이 떠 있었다
너에게
내 이 메마른
길에
꽃으로 되라
비 먹은 구름 하늘에
별눈 떠라
나의 사람아
봄 바다
포구에
봄비가 내린다
바다는
돌아오지 않는 소년을 생각하고
새벽까지 울고 있었다
-황금찬.황도제 부자 사화집 <구름 호수 소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