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외딴 시골 간이역 하루종일 몇 번이나 열차가 멈춰 서지만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없다 텅 빈 대합실 광주리의 사과는 윤이 나고 시퍼런 심줄을 드러낸 할머니의 손은 연방 다시 세어보고 윤을 낸다 침묵을 깨듯 기적을 울리며 산모퉁이를 빠져나오는 커다란 괴물 그리웠던 날들을 부르는 듯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다시 떠난다 사는 게 무어냐고 밤 열차는 고래 고함을 지러 대도 역무원은 아랑곳없이 연방 코방아를 찧는다 텅 빈 대합실에 나뒹구는 낙엽 사과장수 할머니의 시선을 붙잡고 놓지 않는다.
안행덕 2004.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