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간이역

湖月, 2005. 5. 3. 15:34

 

간이역


외딴 시골 간이역
하루종일 몇 번이나 열차가
멈춰 서지만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없다
텅 빈 대합실
광주리의 사과는 윤이 나고
시퍼런 심줄을 드러낸 할머니의 손은
연방 다시 세어보고 윤을 낸다
침묵을 깨듯
기적을 울리며 산모퉁이를
빠져나오는 커다란 괴물
그리웠던 날들을 부르는 듯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다시 떠난다
사는  게 무어냐고
밤 열차는 고래 고함을 지러 대도
역무원은 아랑곳없이
연방 코방아를 찧는다
텅 빈 대합실에
나뒹구는 낙엽
사과장수 할머니의 시선을 붙잡고 놓지 않는다.

                                                                       안행덕 200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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