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를 고치며 / 안행덕
묵묵히 길의 이력을 읽어주던
낡은 구두가 기우뚱거리며
발꿈치를 잡고 앙앙거린다
이제 지치고 아프다고 하소연을 한다
굽이굽이 걸어온 길이 얼마냐고
따지듯 묻는다
뒤축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절룩거린다
몰랐다, 그렇게 아픈 줄
늘 당연한 것처럼 무심했다
삐딱한 구두
귀퉁이 닳은 그만큼 어깨 기울어진 채로
달래듯 걸어 보지만
달아빠진 밑창에 달라붙은 상처가
내 삶의 내력처럼 슬프다
월간 문학도시2012년4월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