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

누가시를 절망이라했는가

湖月, 2005. 6. 2. 15:41
누가 시를 절망이라 했는가

누가 시를,
절망이 피워내는 고통스런 상처의 향기라고 말했던가.
그렇다, 시는 바로 절망하는 정신이 지피는 생목의 향기이며,
고통 받는 영혼이 피워올리는 생화의 향기라고 할 수 있다.
살아가다 보면 돌연 엄습해오는 어이없는 절망과 고통이 그 얼마나 많던가.
느닷없이 직장을 잃기도 하고 비명횡사 횡액을 당하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누가 예술을,
시의 본질을 무목적의 합목적성이라 했는가.
머리통을 잃고서도 스스로 생명의 인과율에 의해 어디론가 떠나가야 하는 삶,
그것은 앞날의 불연속성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생명이 남아있는 그 순간까지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어딘가로 가야만 하는 것이다.
무목적인 채로 합목적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마치 죽을 때까지 또다른 고향을 찾아 헤매던 윤동주처럼.
그 누가 삶을,
슬픔 속에서 힘을, 절망 속에서 희망과 힘을 찾는 일이라 했나.
그렇다, 시란 시 쓰는 일이란 어둠을 어둠대로 쓰면서 천만길 어둠 속에서
빛과 구원을 찾아 ‘가야 하는’ 절망의 길이고 극복의 길이자 운명의 길인 것이다.


- 김재홍: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

'개미와 베짱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쓰기 효과적으로  (0) 2005.12.22
"남이하면 ,내가하면"  (0) 2005.10.16
좋은시와 나쁜시  (0) 2005.08.21
시를 쓰는 자세  (0) 2005.05.04
시적 상상력을 구사하는 몇가지 방법  (0) 2005.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