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을 등에 지고 / 호월안행덕
이산 저 산 산유화 봉긋한 입술이
환하게 벙그는 4월 어느 날
몇 달째 말문 닫은 우리 어머니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손을 흔들어 수신호를 하시더니
어둑어둑 해거름에 마실 나가시듯
집을 나서시네.
흰나비 날개처럼 소리도 없이 가시네
오매불망 저승길도 따라가겠다고
보채는 눈물은 본체만체하시네
한 번도 가본 일 없는 머나먼 길을
환하게 달빛을 등에 지고
꽃길을 걷는 듯 마실 가시듯 가시네
흰나비 꽃밭을 찾아가듯 훨훨 날아가시네
달빛을 등에 지고 2 / 호월안행덕
어야디야
가자가자 어서 가자
내가 생겨나 난 곳 本鄕으로 가자
한 세상, 어야디야 잘 살았다
돌아보니 머나먼 길
꽃길도 가시밭길도
내가 감당할 만큼 주셨구나
어야디야
가자가자 어서 가자
괴나리봇짐 대신 달빛을 등에 지고
내 가는 길 환하게 비추며
어야디야 콧노래 부르며 本鄕으로 가자
사는 동안 가시밭길이라 험난하다
불평도 했지만 돌아보니 꽃길이었네
어야디야 가자가자 어서 가자
한 세상, 어야디야 잘 살았다
노래하며 춤추며 가자
내가 생겨난 本鄕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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