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달빛을 등에지고 / 안행덕

湖月, 2024. 10. 29. 18:15

 


달빛을 등에 지고 / 호월안행덕

 

 

이산 저 산 산유화 봉긋한 입술이

환하게 벙그는 4월 어느 날

 

몇 달째 말문 닫은 우리 어머니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손을 흔들어 수신호를 하시더니

어둑어둑 해거름에 마실 나가시듯

집을 나서시네.

흰나비 날개처럼 소리도 없이 가시네

 

오매불망 저승길도 따라가겠다고

보채는 눈물은 본체만체하시네

 

한 번도 가본 일 없는 머나먼 길을

환하게 달빛을 등에 지고

꽃길을 걷는 듯 마실 가시듯 가시네

흰나비 꽃밭을 찾아가듯 훨훨 날아가시네

 

 

달빛을 등에 지고 2 /  호월안행덕

어야디야

가자가자 어서 가자

내가 생겨나 난 곳 本鄕으로 가자

한 세상, 어야디야 잘 살았다

돌아보니 머나먼 길

꽃길도 가시밭길도

내가 감당할 만큼 주셨구나

 

어야디야

가자가자 어서 가자

괴나리봇짐 대신 달빛을 등에 지고

내 가는 길 환하게 비추며

어야디야 콧노래 부르며 本鄕으로 가자

사는 동안 가시밭길이라 험난하다

불평도 했지만 돌아보니 꽃길이었네

어야디야 가자가자 어서 가자

한 세상, 어야디야 잘 살았다

노래하며 춤추며 가자

내가 생겨난 本鄕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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