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달빛을 등에 지고 / 호월 안행덕

湖月, 2021. 11. 22. 12:50

달빛을 등에 지고

                   호월 안행덕 

 

 

 

이산 저 산 산유화 봉긋한 입술이 

환하게  벙그는 3월 어느 날  

 

몇 달째 말문 닫은 우리 어머니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손을 흔들어 수신호를 하시더니 

어둑어둑 해거름에 마실 나가시듯

집을 나서시네.

흰나비 날개처럼 소리도 없이 가시네

 

오매불망 저승길도 따라가겠다고

보채는 눈물은 본체만체 하시네

 

한 번도 가본 일 없는 머나먼 길을

환하게 달빛을 등에 지고

꽃길을 걷는 듯 마실 가시듯 가시네

흰나비 꽃밭을 찾아가듯 훨훨 날아가시네 

 

 

 

시집『푸른 시선에 가슴을 베인 듯』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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