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빛을 등에 지고
호월 안행덕
이산 저 산 산유화 봉긋한 입술이
환하게 벙그는 3월 어느 날
몇 달째 말문 닫은 우리 어머니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손을 흔들어 수신호를 하시더니
어둑어둑 해거름에 마실 나가시듯
집을 나서시네.
흰나비 날개처럼 소리도 없이 가시네
오매불망 저승길도 따라가겠다고
보채는 눈물은 본체만체 하시네
한 번도 가본 일 없는 머나먼 길을
환하게 달빛을 등에 지고
꽃길을 걷는 듯 마실 가시듯 가시네
흰나비 꽃밭을 찾아가듯 훨훨 날아가시네
시집『푸른 시선에 가슴을 베인 듯』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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