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산수유 꽃 / 신용목

湖月, 2022. 2. 5. 20:39

산수유 꽃
              신용목
            
 
데인 자리가 아물지 않는다

시간이 저를 바람 속으로 돌려보내기 전 가끔은 돌이켜

아픈 자국 하나 남기고 저 뜨거움 물집은 몸에 가둔 시간임을 안다

 

마당귀에 산수유 꽃이 피는 철도 

독감이 잦아 옆구리 화덕을 끼고 자다 나는 정년이 되어 버렸다

 

노비의 뜰에나 심었을 산수유나무

면도날을 씹는 봄 햇살에 걸려 잔 물집 노랗게 잡힐 적은

일없이 마루턱에 앉아 동통을 앓고 문서처럼 서러운 기억이 많다

 

한 뜨거움의 대를 유배시키기 위해 몸을 키우는 물집 그 수맥을 짚고

산수유가 익는다고 비천하여 나는 어깨의 비탈로 경사를 만들고

물 흐르는 소리를 기다리다 늙은 것이다

 

시간의 문장은 흉터이다 둑 위에서 묵은 편지를 태웠던 날은

귀에 걸려 찢어진 고무신처럼 질질끌려 다녔다 날아간 연기가

남은 재보다 무거웠던 가

사는 일은 산수유꽃 빛만큼 아득했으며

 

나는 천한 만큼 흉터를 늘리며 왔고 데인 데마다 산수유 한 그루씩이 자랐다

 

 

 

 

'詩의香氣'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의를 짓다 / 안행덕  (0) 2022.06.19
그녀의 서가書架  (0) 2022.04.18
달빛을 등에 지고 / 호월 안행덕  (0) 2021.11.22
7월의 바다 / 황금찬  (0) 2021.07.13
솟대가 보낸 전문  (0) 2021.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