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 안행덕
마중가고 싶다
누구를 마중 간다는 것은
풍선처럼 가슴 부푸는 일이지
그리움이 간절해지는 날
달맞이꽃처럼 슬픈 사랑이 운다.
마중가고 싶다
누구를 기다린다는 것은
마음 설레는 행복이지
울음이 들어 있는 그 눈동자
섬 같은 그리움을 만나고 싶다
마중가고 싶다
허기진 정 때문에 텅 빈 세상
애타는 기다림에 목이 마른다
갈증을 풀어 줄 환한 물소리
마중물 되어주면 눈물 나겠지
내 바람 되거든/ 안행덕
제상 위에 다소곳한 어머니
흑백 사진틀에 갇히신 지 어언 20년
해마다 그 자리 그곳에서 젖은 눈으로
어김없이 나를 기다리신다.
경전을 펼쳐 놓은 듯 차려진 제수 사이로
파릇파릇 새순처럼 돋는 그 옛날
봉숭아 꽃물을 들여야 저승길이 밝아진다고
손가락 흔들며 내밀던 파리한 손
안개 같은 추억이 향처럼 피어올라도
그때는 몰랐네
퇴주잔에 술잔 비우는 내 손가락
어머니를 닮아가는 걸 이제 알겠네
기도 같은 촛불 앞에 나는 어머니와 잠시 마주앉아 있네
부드러운 음률로 전해주는 그 사랑 노래
모정의 혈이 뜨겁게 내 손끝에 전해지는데
나를 대신해 눈물 흘리는 촛농은 율법처럼 쌓이고
조금씩 흐려지는 그 빛이 두려워
후다닥 일어나 축문에 불을 붙이고
재가 된 당신 뜨거운 고백,
고운 넋 두 손으로 받들어 바람에 실어 보낸다
어느 하늘가 그곳에
내 바람 되거든 그때 허공에서 다시 만나리
월간 모던포엠 2013년 11월호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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