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편지 -- 노루발/안행덕(2012년 3월 21일 수요일)

湖月, 2012. 3. 21. 17:19

 

 
 

    노루발 안행덕 먼 하늘 그리워 울음 삼킨 숲잎마다 푸른 그늘이 내려앉은 그곳 어둠을 빠져나온 여린 노루발 꽃송이 전설을 방울방울 피워내고 있다 은혜를 아는 노루는 산에만 발자국을 찍는 게 아니었구나 금세 무너질 것 같은 옹색한 달셋방 달빛을 콩콩 찍고 가는 발자국도 있다 매일같이 낯선 길을 돌고 도는 수선 집 재봉틀에 달린 노루발 허기진 발로 밥 한 공기 찾아 지구를 몇 바퀴나 돌았을까 구닥다리 낡은 세월 뒤집어가며 이웃의 서러움도 꾹꾹 밟아 기워내는 발 툭툭 뜯어진 옷깃, 털어내는 발톱 끝에 싸라기처럼 묻어나는 실밥을 먹고 야윈 발가락이 절룩거릴 때마다 덧대고 이어주면 드디어 빛나는 진실 오늘도 생의 늑골 밑을 환하게 비춘다

 

 

 

요 며칠은 날이 좀 포근한 듯합니다~*

 

그러나 혹여~*

그다지도 기다렸던 봄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은 아닌지요~*

손에 잡히지 않는 일들이 마음을 더욱 뒤숭숭하게 엮어놓고만 있다~*

여겨지지는 않으신지요~*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고~* 그 빛이 그 빛 같고~*

언제나 푸르렀으면 하고 간절히 바랬던 숲은~*

아직도 남루해진 낙엽으로 가득하기만 해서~*

좀처럼 환한 빛을 찾을 수 없지는 않으셨는지요~*

그 시간이 얼마나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지~*

주변은 하나 둘 봄빛을 맞이하는 것 같은데~*

왜 가슴은 점점 냉랭해지고 시커멓게 변해가고만 있는지~*

씁쓸한 마음을 가눌 길 없지는 않으신지요~*

 

답답함으로 가득 찼던 가슴을 비집어 뚫고~*

기어코 꽃을 피워내고야 마는~*

그런 시~* 하나~* 띄워 드려 봅니다~*

 

우중충히 떨어진 낙엽수 아래에서~*

마침내 꽃을 피워내고야 마는 노루발풀~*

그늘진 곳도 아랑곳하지 않는 습성으로~*

한겨울에도 고사하지 않고~*

설원에서 당당히 파란 잎을 피워내고야 마는 풀~*

그 무리지어 반짝이는 잎이 또한 얼마나 겸손하기만 한지~*

꽃이면서도 고개 숙일 줄 아는 자태~*

자신을 자라게 해 준 그 땅이 고마운 줄 알고 언제나 돌아보며~*

마침내 그늘진 그 땅을 환히 빛나게 하는 풀~*

노루발은 그런 노루발풀을 참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툭툭 뜯어진 옷깃, 털어내는 발톱 끝에

싸라기처럼 묻어나는 실밥을 먹고

야윈 발가락이 절룩거릴 때마다

덧대고 이어주면 드디어 빛나는 진실

오늘도 생의 늑골 밑을 환하게 비추는 노루발~*

 

어디선가 내 생의 늑골 밑을 비춰줄 노루발이 있지는 않을까~*

주위를 둘러보다가~* 그만~*

노루발풀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 옵니다~*

저 야윈 꽃대로도 세상을 빛내고 있으니 말이지요~*

 

문사님들의 꽃대가 너무 약해 보이셨나요~*

돌아보세요~* 참으로 훌륭하고 아름다운 빛이 납니다~*

그래서 모던포엠이 더욱 밝고 환합니다~*

구닥다리 낡은 세월 뒤집어가며~*

이웃의 서러움도 꾹꾹 밟아 기워내셨던 문사님들의 발~*

아시지요?~* 그 발이 있어 행복이 피어나는 모던포엠~*

감사로 하루 힘을 얻는 답니다~* 힘내세요~*

 

손 희 드림~*

출처 : 월간 모던포엠 ★ 100호 기념
글쓴이 : 孫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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