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그릇/ 박라연
품이
간장종지기에 불과한데
항아리에 담을 만큼의 축복이 생긴들
무엇으로 빨아들일까
궁리하다가
추수부터 해보자
넘치면 허공에라도 담아보자 싶어
종지기에 추수한 복을 붓기 시작했다.
붓고 또 붓다보니
넘쳐흐르다가
깊고 넓은 가상육체를 만든 양
이미 노쇠한 그릇인데도
상황에 따라 변하기 시작했다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져줄 때의 형상이 가장 맛, 좋았다.
허공에도
마음을 바쳐 머무르니
뿌리 깊은 그릇이 되어
눈부셨다.
박라연 (2008,윤동주상 대상 작품 )
박라연 |
출생 : 1951년 09월 26일 1990년 : 동아일보 신춘 문예(서울에사는 평강공주) 2008년: 윤동주 문학상 대산 저서 :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생밤 까 주는사람 춤추는 남자 시쓰는 여자 너에게 세 들어 사는 동안 우주 돌아 가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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