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비 외 2편
안행덕
지나가는 비에 옷 젖었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처럼
갑자기 밀려드는 설움
주체하지 못하고
확 쏟아지는 눈물처럼
그렇게
하늘도 그런 날이 있나 보다
맑은 하늘을 스치고 지나가는 비처럼
지나가는 게 소나기뿐이랴
인생도 사랑도 청춘도
지나가는
소나기 같은 걸.
은행잎 연가
빛바랜 지난날의 일기장 속에서
퇴색한 은행잎 하나
발가벗고 누워 있네
그 옛날의 추억들 가슴에 묻고
긴 세월 샛노란 연정 고이 접어
메마른 갈피에 수를 놓았네
동동 맺힌 인연 실타래 되어
그때 그날들 애절한 歌樂되어 돌아오네.
석양처럼 고운 영상들 희미해져
아슴아슴한데
이미 오래전 잊었던 얼굴이
아침의 눈부신 햇살처럼
퇴색한 은행잎에서 걸어 나오네.
기다리게 해 놓고
기별만 보내 놓고
왜 이리 더디신지요.
싸락눈은 물안개 되어
온몸을 적시 우고 있는데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신다기에
까치발 들고 동구 밖을 서성입니다.
해는 서산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자꾸 들어가라고 손짓합니다.
발길 돌리는데
등 뒤에서 임의 발걸음 소리 들리기에,
돌아보니 아무도 없습니다.
안행덕
시와창작 시 부문 신인상 수상. 시와산문 동인. 부산 문인회 회원
출처 : 월간 광장
글쓴이 : 임정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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