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論
최영철
우리가 잠시라도 두드리지 않으면
불안한 그대들의 모서리와 모서리는 삐걱거리며 어긋난다
우리가 세상 어딘가에 녹슬고 있을 때
분분한 의견으로 그대들은 갈라서고
벌어진 틈새로 굳은 만남은 빠져나간다
우리가 잠시라도 깨어있지 않으면
그 누가 일어나 두드릴 것인가
무시로 상심하는 그대들을 아프게 다짐해 줄 것인가
그러나 더불어 나아갈 수 없다면
어쩌랴 알지 못할 근원으로 한쪽이 시들고
오늘의 완강한 지탱을 위하여 결별하여야 할 때
팽팽한 먹줄 당겨 가늠해 본다
톱날이 지나가는 연장선 위에
천진하게 엎드려 숨죽인 그대들 중
남아야 할 것과 잘려져 혼자 누울 것은
무슨 잣대로 겨누어 분별해야 하는가를
또 다시 헤어지고 만날 것을 빤히 알면서
단호한 못질로 쾅쾅 그리움을 결박할 수는 없다
언제라도 피곤한 몸 느슨히 풀어 다리 뻗을 수 있게
一字나 十字로 따로 떨어져
스스로 바라보는 내일이 있기를
수없이 죄었다가 또 헤쳐놓을 때
그때마다 다 제각기로 앉아 있는 그대들을 바라보며
몽키 스패너의 아름다운 이름으로
바이스 프라이어의 꽉 다문 입술로
오밀조밀하게 도사린 내부를 더듬으며
세상은 반드시 만나야 할 곳에서 만나
제나름으로 굳게 맞물려 돌고 있음을 본다
그대들이 힘 빠져 비척거릴 때
낡고 녹슬어 부질없을 때
우리의 건장한 팔뚝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누가 달려와 쓰다듬을 것인가
상심한 가슴 잠시라도 두드리고
절단하고 헤쳐놓지 않으면
누가 나아와 부단한 오늘을 일으켜 세울 것인가
-1986년 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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