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쓰레기통의 비애

湖月, 2008. 9. 19. 13:45

 

쓰레기통의 비애 / 안행덕


흉흉한 것들 참아 눈 뜨고 볼 수 없어

가자미눈으로 하얀 벽 등지고 코를 쥐고 울상이다

젊은 처녀나 멀쩡한 중년이나 늙은 할머니도

아무렇지 않게 네 발을 밟는구나

밟힐 때마다 무릎관절이 덜컹거리며 주저앉고 싶다, 말을 하지만

아무도 듣지 못한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하소연한다고

주어진 팔자 바뤄지지 않는다는 거 알았구나

그래서 그렇게 처연하구나

가슴팍에 퍼런 멍 자국 감추려고 외로 꼬고 앉았구나

문이 여닫힐 때마다 놀라 까무러치는 너

면상에 떨어질 오물을 생각하면 울 틈도 없겠지

버려도 버려도 어눌한 그리움

소용없는 일이라 달래보지만

홀로 낯선 울음을 보듬는 너



 

 

 

**  누가 말을 걸어도 말이 없지만, 사실은 대답하기 싫을 것이고

수시로 발을 밟힐 때마다 달아나고 싶을 테지만 달아나지도 못하고

온갖 구박에 수모를 당해도 그냥 처연하게 서 있지만

참으로 속이 뒤집힐 일이 한두 번일까?

그래도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는 참으로 믿음직한

우리 집 지킴이

저 같은 속 깊은 이가 사람이라면

온 세상이 밝아질 텐데.

명절 끝이라 평소보다 쓰레기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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