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길 / 안행덕
해 뜰 녘 윤산을 오르는 일은
바람의 유혹 아니다
솔향 그윽한 오솔길에 들어서면
신선함에 젖은 초록의 힘이 나를 품어 안는다
울컥 사랑만 하여도 좋을 순간이다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말을 건다
더러는 웃고 더러는 삐죽이면서
흔들림조차 신선한 언어로 말(言)을 받는다
산자락 아래 회동 수원지 물속,
잉어떼의 화려한 군무로
조용히 울리는 G 선상의 아리아
선율을 타고 꼼지락거리는 하얀 물안개
웬 성정이 저리 너그러운지
먼 하늘 오르는 일 서둘지 않는다
설익은 아침, 선잠 속 어린 청설모
어미젖이 그리운지 제 발바닥을 핥는다
엎드려 단잠을 즐기던 육중한 산과 산
발밑의 부산함에 슬쩍 실눈 뜨고
이슬 젖은 새촘한 풀잎을 꼭 끌어안는다
실바람은 못 본 체 능청스런 미소를 짓고
한 줌 햇살 늙은 소나무에 얹고 달아난다
저 푸른 낙원의 질서 속에 무한한 구속
순수한 대자연에 한 움큼의 나를 섞어
천천히 겸손을 익히는 이 아침
2010년 12월 금정문예1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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