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축간사/ 목표를 세워 보자

湖月, 2010. 12. 20. 21:21

 

 

 

 

축간사 / 목표를 세워 보자


                                          호월 안행덕

 

 



덥다 덥다 하더니 어느덧 9월이다.

한여름의 무더위는 그냥 덥기만 한 게 아닐 것이다. 가을의 수확을 풍성하게 하려고

흘린 땀일 것이다. 볏논에는 벼가 말없이 익어가고 한 송이의 용담화가 가을 산을

화사하게 꾸며주며 저 광활한 우주 한편에는 오늘도 쉼 없이 별이 반짝이고 있듯이

누가 불러주지 않아도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자연과 우주는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다.


우리 사는 세상도 그렇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숨 막히는 사막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있다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넓은 사막을 낙타는 물을 그리며 발바닥을 데일 것 같은 뜨거운 모랫바닥을 타박타박

걸어가는 인내로 자연의 신비를 느끼며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고난을 이김으로 행복을 만날 것이며 수고로움을 보상받을 것입니다.

우리가 글을 쓰는 일도 힘들고 어려운 작업 뒤에 만나는 희열과 행복감 허전하던 가슴의

포만감과 허기지고 목마른 갈증을 풀어줄 샘을 만나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한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여전히 빛을 발하는 별빛처럼 아득한 사막을 거니는 낙타처럼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한 작업임이 틀림없다.

목마른 낙타가 오아시스를 만나듯 갈증이 풀리고

심산유곡에 피어 있는 한 송이의 난초가 온 산을 향기롭게 하듯이

메마른 삶에 자아를 찾는 믿음을 얻게 된다.

일생에 걸쳐 지속하는 그 한 페이지 한 페이지는  희망의 노래가 흐를 때도 있고

절망의 한숨을 읊을 때도 있겠지만 충실하게 써 내려가다 보면

오늘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모여서 나의 한 권의 책이 완성되는 것이다.

나의 일생 중에 큰 획을 그을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의 영혼을 빛나게 할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재능보다는 노력을 믿어야 한다.

어떠한 선택도 나만의 몫이다. 머뭇거리지 말고 확실한 목표를 세워보자.


詩(시)를 쓰는 자세를 스스로 어떤 기준을 세워 보는 것도 중요한 일 중에

하나일 것 같다.


① 나는 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쓸 것이며 좋은 작품을 남기려 노력할 것이다

② 이야기가 물 흐르듯 음률에 맞추어 나가도록 쓰려고 할 것이다.

③ 최소한의 함축을 원칙으로 하되 시어의 끝 글자는 날숨으로 발음할 때

   막히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다.

④ 시를 읽는 독자가 작은 떨림일지라도 감동하고 재미를 느끼며 유익해야 할 것이다.

⑤ 퇴고를 할 때 우선 독자의 입장으로 읽어서 공감해야 해야 할 것이다.

⑥ 퇴고를 끝내고 얼마 동안 숙성 시킨 다음 다시 퇴고에 퇴고를 거듭해서 발표할 것이다.

⑦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을 양산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윗글은 내가 등단할 때 세운 목표이다. 물론 정통 시론이나 어떤 논문은 아니다.

나름대로 나만의 목표이다.

나는 가끔 내가 세운 목표를 열어보고 초심으로 잘하고 있는지 반성도 하게 된다.


자연은 우주의 법칙이며 인간 삶의 교과서이다.

사람의 마음은 감정을 생성해내며 사물을 비추는 거울 같은 것이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또는 분노를 나타내는 것도 다 마음에 따라

하늘을 봐도 바다를 봐도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을 봐도 그저 무심히 보지 않고

대화를 나눠 보는 습관을 들여 보자.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모두가 시정을 불러다 준다. 억지로 시라는 틀에 맞추려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다른 각도로 생각하며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다 보면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나를 만드는 것도 나이며 나를 바꿀 수 있는 것도 나이다.


인생에서 버려야 할 것이 많다고들 한다. 그런데 시인은 모든 걸 버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부는 바람도 쏟아지는 빗방울도 빛나는 별빛도 흐르는 시냇물도

말이 없는 바위나 바닷가 몽돌 하나도 품고 살아야 할 것 같다.

바람의 음모에도 따라 흐느낄 줄 알아야 한다.

가을 낙엽의 설움, 창가에 흐르는 빗물의 슬픔이 내게 말을 걸어오도록 마음을 열고

오늘도 잠 못 들고 시혼(詩 魂)을 깨워 같이 울음 울고 웃어야 한다.

가끔은 주어진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못다 한 가슴의 언어들의 아우성에 귀 기울이는

여유를 가질 때 빈 가지 끝에서 익어가는 계절을 시새울 때

비우기와 버리기를 반복하다 보면 텅 빈 마디마디 시린 속내로 흐르는 는 강물이 되고

사랑이 된다.

이 가을 어느 산문(山門)에는 지천으로 꽃 무릇 환하게 수놓을 것이며

어느 작은 언덕 구절초 하르르 피어 함초롬히 이슬에 젖어 자연을 이야기하자며

엷은 미소로 하늘을 안고 꽃으로 피어나 시인을 유혹하겠지.

시 산문 작가회 여러분 우리도 자연과 우주처럼 제 할 일을 다 해 볼까요?



 

안행덕 : 호. 호월(湖月). 《한국문인협회》 회원. 《부산 금정 문인협회》 이사.

《세계모던포엠》 회원. 퓨쉬킨 시 문학상 수상. 황금찬 문학상 수상.

시집 『꿈꾸는 의자』 『숲과 바람과 詩』『삐비꽃 연가』『비 내리는 江』

공저 시집 및 동인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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