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역류 /마경덕

湖月, 2014. 11. 5. 11:32

 

역류

 

 마경덕

 

 

능수버들은 바닥이 하늘이다

 

오를수록 땅과 가깝다

주변을 거스르는 유턴, 직진이 아닌 하강이다

 

저 푸른 역류,

이편이 아닌 저편은 역모이다

나무나라에선 허공의 고리에 목을 걸어야한다

 

바람과 친분을 맺고 화분花粉을 유포한 죄목으로 참수를 당한 버들族,

산발한 석고대죄가 드문드문 변두리로 유배되었다

죄 물림은 삼족三族까지 이어져 피를 나눈 수양과 개수양도 머리를 풀었다

 

버드나라 왕으로 군림한 왕버들은 지금 반신욕에 빠져있다

 

한때 강변을 장악한 버들족의 멸망으로 번창하는 공중

하늘의 괄약근을 찔러대고 소나기를 뒤집어써도

집요하게 허공을 침범하는 거목들, 아찔한 고소공포증에 마디마디 통증이다

 

쉬 휘어지는 능수버들 옹이가 없다

무골의 힘이다

『유심』2014.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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