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전북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湖月, 2016. 7. 21. 21:26

바닷가 시인학교

 

                                최일걸

 

 

 

 

출항을 서두르는 분주함으로

옹기종기 모인 시 창작 수강생들이

어군탐지기처럼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저 깊은 바다 속 비릿한 시어를 쫓을 때

바다는 거대한 괄호로 열린다

기마부대의 말발굽처럼 밀려드는

저 거센 파도를

단 한 줄로 요약한다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한가

다만 심중에 자맥질하여

절망의 깊이를 가늠할 따름이다

모음과 자음과 짜 늘이는 그물에

코를 꿰는 시간은

다급하게 지느러미를 터는데

얼마나 더 애태워야

시의 행간에 목숨을 걸 수 있단 말인가

패배를 인정하는 쓰디쓴 눈물만이

시를 불러들일 수 있단 말인가

와락 달려드는 파도의 자락에

나침반처럼 떨리는 펜으로 휘갈겨 쓰면

팽팽하게 당겨진 수평선이

빠르게 밑줄을 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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