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터 / 최재영
여기저기 조개껍질이 수두룩하다
이곳이 한때 개펄이었다니
오래전 물속을 기어 다니던 생이다
온 몸이 발인 채 어둠이 내려앉은 개펄을 건너왔을까
끝내 열리지 않는 기억을 딛고 서서히 생을 건너온,
단단한 등피엔 오랜 시간
앙 다물고 버텨온 눈물자국이 선명하다
귓전에 부딪히던 파도를 따라
먼 시간을 견뎌왔을 것이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지문 사이로
한순간 땅과 바다가 뒤집히던
깜깜한 절규가 새겨져있다
수평의 힘이 바다와 뭍을 동시에 끌어당긴 것이다
물이 나고 들었던 자리마다
몸 안으로 해류의 샛길을 내고 있었는지
아직도 소금밭 싱싱한 울음이 새어나오고
미처 제 몸을 깨닫지 못한 비릿한 젖내가
끊임없이 세상을 탐색하는,
진흙 같은 나즈막한 울음이
메마른 세월을 걸어 걸어서
맑은 화석 한 줌 여기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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