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난설헌에게

湖月, 2017. 3. 4. 21:24

난설헌(蘭 雪 軒) 에게/ 안행덕

 

 


선계(仙界)를 그리며

갓 핀 부용처럼 수련처럼

애잔하게 피었다가

짧은 생을 애달게 울던 사람아

양유지사(楊柳枝詞) 흐르는 그대 거닐던 호반

눈썹 같은 버들잎 사이로

저고리 고름 풀리듯

대금 한 자락 휘감긴다.

호반에 어둠으로 묻힌 그대의 시간

하나 둘 일어나 나를 흔들고

호수를 흔들어도

선계의 도량 읽어내는 재주 없어

서럽기만 하여라


채련곡(採蓮曲)에서 연꽃 따 던져놓고

반나절 부끄럽다 하더니

이제는 애타는 그리움 없고

부용 꽃 떨어지는 애절한 사연 같은 일 없을 터

.그래서 나도 그대 계신 선계를 그리워하네.



시집 『꿈꾸는 의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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