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초록별 / 시낭송

湖月, 2015. 11. 19. 20:35

 

 

 

 

 

낮달을 보며 / 안행덕

 


서편 하늘에 하얀 낮달이 떠있다

어머니 산소를 내려오면서

눈이 흐려진 탓인지 하늘도 희붐하고

서쪽 하늘에 걸린 낮달도 희미하다

너무 얇아 작은 바람에도 지워질 것 같다


 

빛나는 가문에 동분서주 바쁜 지아비 그늘

언제나 말없이 조용해도

자식들 가려운 곳 가야할 길

잘도 짚어주시던 어머니

조용히 머리 숙인 수도자 같은

지금은 산그늘에 잠드신 내 어머니 같다


 

하얗게 늙어 윤기 없고

흰나비처럼 애잔하고 바람처럼 가볍던 내 어머니

세모시 하얀 적삼에 조용한 미소로

서쪽 하늘에 떠있는 하얀 낮달

누가 낮달이 지는 걸 본 일 있는가

 

 


산소 같은 사람아 / 안행덕

 

 

별 하나

수억 광년을 달려 내게로 왔다

말하지 않았어도 약속하지 않았어도

우리는 만나고 술잔을 부딪치고

비명을 토해내고 노래를 부르고

나는 그에게 그는 나에게 별이 되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생의 우여곡절에도

당신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가끔은 너는 누구냐 물음표를 던지면서

공기 속, 산소가 소중한 줄 모르듯

그렇게 우리는 늘 함께 살았다

어느덧 잔은 점점 비워지고 별은 흐르고

꽃이 피면 꽃은 반드시 지는 법

이별을 앞두고 내게 묻는다면

너는 공기 속에 산소 같은 사람


2015년 11월 13일 영광도서 4층 시 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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