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詩

포체리카

湖月, 2019. 5. 30. 12:00

 

                 



           

포체리카 / 안행덕

(카멜레온 꽃)

 

 

사는 게 무언지

이삿짐 화분에 담긴 작은 꽃 이파리

잠깐 비친 햇살에 생긋 윙크하고

얼른 얼굴색 바꾸며 붉은 하트를 보낸다

응달진 베란다 난간에서 어둠을 기다리며

금방 또 얼굴색 바꾸네

저 작은 풀잎도 사는 게 무언지 아나보다

가성비를 아는 꽃 포체리카

빛과 온도에 예민한 반응 보일 때

비로소 예쁘다는 소릴 듣는다는 걸 알았나보다

 

자아(自我)을 잃어버린 카멜레온

현실은 순간 포착이 빨라야 산다고 배웠나 보다

제 몸을 재빨리 변신하는 건 그가 살아남기 위함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피고 지고 지쳐도

소스라치는 아픔을 참고 수족을 잘라 종족 늘리며

앙다물고 살아야 하는 운명이라는 걸

저 작은 풀잎이 어찌 알았을까

 

시들은 꽃이 되어 쉼터로 온 가정 폭력피해 할머니

까무룩 잠이 들더니 꿈속에서 카멜레온 꽃이 되었나

잠든 얼굴이 꽃처럼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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